1. The Marino Waltz
2. Spanish Point
3. The Prodigal Son
4. The Ha Penny Bridge
5. Autumn In Paris
6. The Sugarloaf Mountain Rag
7. The Midnight Oil
8. Knights Of Old
9. Green Fields
10. The Humours Of Peacockstown
11. A Trip To Zurich
12. The Celtic Dervish
1939년 5월 19일 아일랜드의 수도 더블린에서 태어난 존 쉐한은 80년대에 영국에서 인기를 누렸던 여성 록커 케이트 부쉬(Kate Bush)의 거의 모든 앨범에서 피들을 연주했던 게 세계 음악 시장에서의 유일한 경력이다. 그는 인생의 대부분의 시간을 고향 더블린에서 오직 아일랜드의 전통 음악을 가꾸고 발전시키는 데 사용했을 뿐이다.
존은 1964년, [치프턴스(Chieftains)]와 함께 아일랜드 민속음악의 전통을 계승해 나가는 대표적 밴드로 꼽히는 [더블리너스(Dubliners)]에 가입하면서 본격적인 프로 뮤지션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는다. 그 곳에서 그는 피들, 휘슬(whistles), 만돌린, 기타, 보컬의 1인 다역을 맡으며 음악적 재능을 인정 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보통의 아일랜드 민속음악 뮤지션과는 달리 클래식과 재즈에 남다른 관심과 애정을 가졌던 그는 [더블리너스]의 1987년 앨범에 참여했던 클래식 기타리스트 마이클 하워드(Michael Howard)와 의기투합해 한 장의 앨범을 발표하게 된다. 그 앨범이 본작 `The Marino Waltz`이다.
발표 당시 `In Our Own Time`이라는 프로젝트 앨범 냄새가 물씬 풍기는 타이틀로 나왔던 이 앨범은 후에 첫번째 트랙이었던 `The Marino Waltz`가 TV 광고의 배경음악으로 삽입될 만큼 아일랜드에서는 대중적으로도 히트를 하게 된다. 이후 존 쉐한은 다시 [Dubliners]로 돌아가 1995년 마지막 앨범을 발표할 때까지 밴드의 중추로 활약했다. 더불어 아일랜드의 많은 뮤지션들의 앨범에 세션과 프로듀서로 참여하며 아일랜드 전통 음악을 지켜오고 있다.
슬픔 없는 마법의 왈츠, The Marino Waltz
앨범의 마스터 CD를 처음 받고 가졌던 생각은 `아일랜드 민요가 대부분인 앨범이 우리나라에 굳이 소개가 될 필요가 있을까?` 였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앨범의 타이틀 곡이자 첫 번째 트랙인 `The Marino Waltz`를 듣는 순간,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바다의 왈츠` 정도로 번역이 됨직한 이 4분의 3박자 흥겨운 아일랜드 왈츠는 듣는 이의 감성을 한없이 부풀리는 마법을 가졌다. 피들의 감미우면서도 명징한 음색, 아련한 느낌을 강조하기 위해 후면에 배치된 마이클 하워드의 부드러운 초킹을 통한 테마 선율은 금방이라도 주위사람과 손을 맞잡고 빙글빙글 원을 그리며 춤추도록 들썩인다.
이어지는 `Spanish Point`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앨범을 통틀어 가장 서정성이 강한 곡으로, 마이클 하워드의 아름다운 기타 연주에 첼로의 저음이 오버랩되면서 진행되던 곡은 어느 순간에 아주 단순하고 정직한 소리에 지배되는데, 바로 존 쉐한의 휘슬 연주에 의한 것이였다. 여섯번째 트랙인 `The Sugarloaf Mountain Rag`은 마이클 하워드의 기타 센스가 잘 드러나 있는 곡이다. 통통 튀는 느낌의 중간 템포의 기타는 화창한 봄날, 첫 데이트를 나가는 순수한 아가씨의 설레는 발걸음을 연상시킨다. 도입부분 이후에 등장하는 피들과 한 소절씩 주거니 받거니 곡을 이어가는 마이클의 기타는 후반부에서 앨범에서 재즈적인 연주마저 사양하지 않는데, 이 재미있고, 재치 있고, 귀여운 곡은 듣는 이의 발끝을 저절로 움직이게 만드는 힘이 있다.
경쾌하게 시작되면서 다소 우울한 분위기로 진행되는 `The Midnight Oil`은 제목인 `심야 노동`의 고단함을 구차하지 않게 표현한 인상적인 곡이다. 중세 개선 장군의 화려한 시가 행진의 광경이 연상되는 `Knights of Old`는 앨범을 통틀어 가장 활기가 넘치며, 음악적 수식도 가장 화려한 편이다. `The Humours of Peacocktown`에서는 존 쉐한의 클래식에 대한 애정을 확인할 수가 있다. 앨범의 대미를 장식하는 `The Celtic Dervish`는 무거운 느낌의 멜로디 라인을 과다하게 반복적으로 사용함으로써 인상적인 마침표를 찍는다.
이 앨범이 아일랜드 민요의 테두리 안에서만 머물렀다면 결코 우리에게 소개될 수 없었을 것이다. 클래식과 재즈를 좋아했던 존 쉐한의 프로젝트 앨범이라는 성격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 전체적인 음악의 바탕을 이루는 건 아일랜드 민요의 밝고 경쾌하고 아름다운 분위기이다. 거기에 세련된 현대적 감각을 덧칠하여 지극히 보편적인 즐거움과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도록 했다. 더불어 앨범을 덮고 있는 15년의 세월은 차라리 두 아일랜드 뮤지션의 진가를 더욱 빛내주는 수사라 여기고 싶다.
자료제공; 아울로스뮤직